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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율(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인구의 비율) 90% 이상인 나라 중에 고유 언어를 가진 나라가 61% 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해당되며 한국어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또한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선양하며 세조의 성덕과 그 위업을 추모하고 나아가 한글의 연구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물론 나는 인도에서 공용어 2개중 하나인 영어에 주력하고 있지만-인도의 공용어는 힌두어와 영어다. 보다 열정적으로 이곳에서 생활하기 위해선 무엇을 하면 될지, 현지인들과 어떻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리고 인도 현지인력 들과 대화를 통해 무엇이 본사와 일하면서 힘든지 파악해보았는데 바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을 하지만 주고받는 문서, 메일, 시스템은 한글이 포함 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비디오 콜에서도 한국식 영어습관과 억양 때문에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잦았다. 또 한가지 생각한 것은 내가 인도 법인 인력들보다 확실하게 잘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는데 당연히 나아서 자라고 배운 모국어인 한국어는 이 친구들 보다 훨씬 잘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비록 한국어를 가르쳐 본 적도 없지만 내가 확실히 이들보다 잘하고 인도 현지인력들에게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답은 명확했다. 바로 한국어 강좌시작 하는 것이었다.

Step1. 진짜, 인도의 한국어 '선생님' 이 되자.

인도 파견 전, 회사에 출근하여 아침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OPIC 수업을 듣곤 했었다. 10명정도 수강생들이 모여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을 들었었는데 비록 1~2주 지나면 참석률이 급감해서 선생님이 난감한 적도 있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직접 신청해서 모였기에 가르치는 선생님은 열정적이었다. 나는 출석률이 80프로를 넘기지 못하면 회사지원 50%를 못 받는 것도 그렇고 실력을 올리기 위해 출석도 빠지지 않고 예습복습도 잘 해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들과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젠 반대로 수강생을 가르치는 진짜, 선생님이 되어보려 한다.

※ 한국어 수업 시 고려할 사항

: 한국어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수업 기간은? 수업 시간은? 수업 수준은? 정원은? 인원모집은? 수업자료는? 진행 시 발생하는 비용은? 수업 진행방식은? 결석하는 인원 처리 방법은?..... 고려할 사항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리고 과연 영어로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인지 가장 걱정되었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자 계획을 세웠고 담당주재원과 상의하여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간 진행하기로 기간을 정했다. 가장 중요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EBS에서 귀가 트이는 영어진행을 맡고 있고 한국어를 팝니다의 저자이자 ㈜지나인의 대표이사로 TalkToMeInKorean.com을 운영하는 외국어 공부의 달인 선현우선생님의 방법을 따르기로 했다. 실제로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기키워드로 검색하면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선현우 선생님의 방식이 가장 체계적이고 검증된 방법이라고 판단되었다. 커리큘럼은 Level1~9까지 구성되어 있고, Level 마다 20여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강의마다 PDF로 된 프린트 자료와 선현우 선생님이 직접 10분에서 20분사이로 강의하는 오디오파일을 무료로 다운 받을 수가 있다.

Level1 Lesson1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인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가 나온다. ‘안녕하세요는 맨 처음 만나서 하는 기본적인 인사이고 감사합니다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와서 아니면 한국인을 만나서 무언가 도움을 받았을 때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임에 Lesson1 내용으로 구성한 듯 하다. 이를 잘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한국어 모음/자음에 대한 기초 설명자료를 직접 만들었고, Lesson1을 위해 라디오방식으로 녹음한 선현우 선생님의 오디오 파일을 30번 정도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들었다. 어떻게 전달해야 이해하기 쉬운지 어떤 점을 잘 설명해야 되는지 등, 다행히 선현우 선생님이 오디오 강의에서 잘 설명해 주셨고 거의 외우다 싶을 정도로 듣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직접 만든 모음/자음 설명자료

Step2. 인도 HAK-DANG 수강생 모집하기

수강생을 모집하기 전에 인도 현지인력에게 계획을 설명하고 관심 있는지 파악해보았다.

나 : “만약 제가 한국어 수업을 한다면 들을 수 있어요? 관심 있나요?”
인도현지 직원 : “물론이죠, 업무에 바쁘지만 가능하다면 듣고 싶어요!”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지만 모두의 의견이 아니기에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교수방법을 고민하고 자료를 풍부하게 준비하더라도 한국어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 헛수고가 될 것 같아서, 인도 뱅갈루루 연구소에서 일하는 인력의 파트 별 매니저 들에게 도움 요청 메일 쓰기로 했다. 1달간, 일주일에 2, 오후 5~6시에 진행하며 수업자체는 무료이고 대신 결석 2회가 넘을 시, 500루피(한화9,000) 을 벌금으로 걷겠다고 정하였고 기대를 갖고 메일을 돌렸다. 한 주간의 모집 끝에 12명의 인원이 정해졌으며 떨리지만 진짜, 한국어 선생님이 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시작하게 될 한국어 강좌의 이름은 HAK-DANG 이다.

Step3. 시행착오, 더 나은 수업을 위한 발판

어색하지만 첫 수업시간에 내가 파악하고자 한 건 수강생들의 이름이다. 긴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게 짧은 이름으로 하나씩 정하고 수업 방향, 수준, 규칙 등을 설명했다. 신청한 수강생들은 신입부터 6년 차 정도의 인력까지 다양하고 9명의 남성 수강생과 3명의 여성 수강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 : “여러분, Korea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수강생들 : “오빠, 강남스타일이요!, 삼성이요!, 소주요!, 북한과 전쟁이요!, 삼겹살이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단순히 언어적인 측면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차후 그에 맞는 수업 내용도 연계시킬 예정인지라 대한민국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세계적인 스타가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회식 때 등장하는 삽겹살소주는 한국의 그 중 하나였고 북한과 휴전 중인 것도 이들에게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었다. 인도도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적대적인 상태이며 지속적인 교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한국도 북한과의 교전이나 미묘한 관계에 관심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후, 미리 준비한 모음/자음 수업자료를 바탕으로 기본부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개발업무가 본업인 이들에게 한국어 공부에 대한 압박을 주기보다는 재미와 흥미를 바탕으로 관심을 갖게 해주며 조금이라도 이들의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고 기다려지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나 : “여러분, 오늘 배운 거 다 잊고 가셔도 됩니다. 다음시간에 제가 기억시켜 드릴 거에요!”

이렇게 말했지만 가르쳐준 단어를 노트에 꼼꼼히 적어보고 써보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실제로 가르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다. ‘자음/모음만 가르쳐주면 바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수업하다 질문하면 내가 다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답은 ‘No’ 였다. 자음/모음을 가르쳐 주었지만 그 자음과 모음이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글자를 어떻게 소리 내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게 먼저였고, 쓰기를 하더라도 ’ + ‘를 해서 를 만든다면 왜 꼭 모음이 자음 오른쪽에 붙는 것인지, ‘는 왜 모음이 밑에 붙는 것인지, 그리고 가끔 나를 혼동하게 하는 질문들, 사실 알고는 있지만 그걸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일 때 그 문법의 원리에 대해서 확인 후 대답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 모국어임에도 가르치는 건 쉽지 않구나..’

안다는 것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다르고, 초반 정말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매 순간 목이 탔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순간 순간들을 통해, 내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무엇을 꼭 집고 넘어 가야 하는지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몸소 느끼게 된 순간들이었다.

Step4. 두 번째는 더 능숙하게, 더 친밀하게

HAK-DANG 1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HAK-DANG 2를 바로 모집했다. 동일한 과정을 진행함에도 HAK-DANG 1을 수강했던 수강생 3명이 재수강을 원했고 신규로 7명이 신청하였다. 아무래도 같은 것을 가르치다 보니,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훨씬 속도를 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수강생 중에는 특히 10년 넘게 일한 사스와 한국에서 3년정도 살았던 라자’, 재수강하는 스와프나, 안슈, 프라샨트가 있어서 전체적인 이해도 수준이 지난번에 비해 높았다. Lesson1 20강까지 완료하는 중에, 크리스마스, 2015년 새해를 맞아 이에 크리스마스, 새해와 관련된 단어를 넣으며 한국에선 어떻게 보내는지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까치 까치 설날은~’하는 동요와, 숫자를 배우며, ‘3,6,9’ 게임도 가르쳐주어서 한국어로 3,6,9 게임도 같이 해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엔 기독교, 천주교가 아니더라도 연인들, 가족끼리 축하하며 새해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하며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가 보고 싶어 울적해하는 나를 위해 크리스마스 케익을 준비해서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었다.

한글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

11월부터 시작했던 첫 번째 한국어 강좌가 일주일에 두 번씩, 8번 진행되어 HAK-DANG 1 12명의 수강생들과 완료하고 뒤이어서 HAK-DANG 2 10 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강좌를 완료했다. 이제는 나에게 인사할 때, ‘Hello’ 보다 안녕하세요가 익숙한 HAK-DANG 1,2 반 수강생들은 동료이자, 친구, 선생님과 학생과 같은 관계가 되었다. 질문이 많은 현지인들이기에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중에 20분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며 60분을 넘어 70분 수업을 하기 일쑤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고 한국에 관심을 더 갖게 됨과 동시에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실 여러 가지를 떠나서 가르쳐 준 내용을 직접 사용하는 걸 봤을 때, 굉장히 기쁘다. 아마 이런 것이 선생님의 마음일 테지만 한 달의 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수업 날 책걸이와 함께 보여준 그들의 진심 어린 행동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스리칸타, 제이, 스와루프 디피, 할쉬 그리고 객원손님 사시, 내 옆에 프라샨트, 그 옆으로 여성멤버 프리야, 푸리니마, 스와프나 그리고 이날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랏, 알빈드, 안슈까지, 전문적이지 않은 한국어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선생님처럼 대해주었던 HAK-DANG 1 수강생들, 직접 적어준 손 카드도 고맙고 더욱이 축복을 위한 ‘Ganesh’ 선물은 선생님으로서 존경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준건, 정성껏 준비한 한국어 학습 자료와, 설명, 한국과 관련된 문화 들이었고 한편으로는 나의 재능이자 열정이었다. 단편적으로 끝나기 쉬울 한국어 강좌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가르침으로써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높였고 한국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나로썬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주기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인의 문화를 느끼고 그들의 열정에 나의 열정이 식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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