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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달콤 씁쓰름한 셀레임'

아침에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공사장 인부들의 힘찬 기합소리에 눈을 뜬다. 이 곳에 오기 전 한국에서 기상시간이 보통 6시임에 눈을 비비며 아침을 힘들게 맞던 느낌과는 지금은 사뭇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은 나 혼자라는 사실일 것이다. ‘쓸쓸함이란 자신의 마음에서 오는 것 임에 바쁜 일상에 쫓길 때면 홀로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자 하지만 혼자서모든 것을 해야 하는 뱅갈루루에서의 하루쓸쓸함과 함께 달지만 씁쓰름한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나는 의외로 생각이 많고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Café Coffee Day이던, Indian Coffee House 이던 현지인들이 둘러 쌓인 이 곳에 이방인이라는 신분으로 이렇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는 머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본다. 그 목표가 현지화이건, ‘정보화이건, ‘몸짱 되기, 무엇이든 이룬 것이 있다면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지내면서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과연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 곳에서 살아왔을까? 어떠한 지침대로만 따라서 흘러온 삶을 산 것은 아닐까? 그냥저냥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내 길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짐에 오늘도 그 고민 속에서 태양이 새롭게 떠오르고 갇혀 있던 내 안의 자아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삶의 그늘을 닮은 인도의 그늘

해발 800m 위치에 있는 뱅갈루루는 날씨가 서늘하여 살기 좋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우기와 인도의 모든 지역이 더워지는 6~8월을 제외하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고 더운 날에도 그늘 안에 있노라면 비록 먼지바람일지라도 그 바람 덕에 더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햇볕이 쨍쨍하게 비치는 어느 날, 밖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경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단지 어서 끝내고 그늘 속에서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며 쉬고 싶듯이 이 곳은 내 삶의 그늘과도 같다. 그리고 인도하면 떠오르는 건 더운 날씨, 사기꾼들, 많은 인구 등임에 좋은 감정을 지닌 사람이 많지 않지만 뱅갈루루는 선선한 날씨와 발달된 편의시설 등, 외국인들에겐 이 곳은 인도의 그늘이다. 비교적 잘 터지는 와이파이 아래 인도의 짜이한잔과 KFC징거버거 세트로 힘들었던 인도 내에서의 여독을 잠시 추슬러본다.

인도가 좋아요?

 

인도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인도가 좋아요?’ 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0년 크리스마스로 간다. 2009년에 회사생활을 시작했기에 민2년된 나를 반신반의하면서 인도 뱅갈루루로 홀로 출장을 보내게 되었다. 사실 출장을 보내는 과정에서도 급박하긴 하지만 과연 잘할 수 있을지 파트장이셨던 부장님은 걱정을 많이 했었고 그럼에도 난 자신이 있었기에 소파트장이신 책임님의 설득으로 가게 되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혼자서 가야 함에 설레고 떨리지만 회사에서 첫 출장을 해외로 그것도 10시간의 비행을 통해 오는 곳임에 책임감도 많이 따랐다. 56일간의 출장일정으로 진행되어 1225일에 도착 31일에 한국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진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그 곳의 직원 빼고는 한국인 하나 보지 못했다. 관광도시가 아님에 그럴 것이지만 사무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이슈들을 해결했었고 점심시간에는 나가서 혼자 거리에서 바나나를 사먹거나 무작정 회사 근처에 들어가서 해결 하곤 했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청결해 보이지 않은 반지하의 음식점에 들어가 탄두리 치킨과 밥, 커리를 시키니 주문을 받고 서빙해주는 인도인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숟가락이 아닌 티스푼 하나 주며 먹으라고 하던 사람들, 옆을 보니 손을 이용해서 먹고 뒷 쪽엔 수도꼭지가 있어 손을 씻을 수 있었어 금세 손을 씻고 손으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따라 해봐야지

 

그냥 그렇게 그런 행동들이 거부감이 아닌 신기함으로 다가왔다. 이런 문화도 있구나, 무서운 곳이 아니구나, 재미있는 동네구나. 아쉽게 일하느라 점심시간 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나중에 다시오면 꼭 더 돌아봐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운명처럼 인도파견 공지가 내 앞에 다가왔다.

너는 내 운명

인도파견 선발 공지는 8월에 나왔지만 이미 그 전에 결혼날짜를 929일로 잡아놨었다. 만약에 합격하면 결혼한지 5개월만에 1년동안 아내와 생이별을 해야하는 것이기에 먼저 사랑하는 아내의 동의를 얻고 나서 지원하여 당당히 선발되었다. 면접 시에 받은 질문으로 비록 내가 후보지만 당시 선임이기에 시기가 이르다는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면접이 끝날 쯤엔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준비를 많이 했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사실 나는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었다. 평소의 관심이 있어 미리미리 파악해 놨던 내용들이 어필이 되었던 것 같다. ‘준비 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이 말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모토이기에, 지금도 그 다음의 기회를 위해서 준비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종합격하고 남편을 멀리 떠나 보내면서도 잘 기다려주고 중간에 혼자 이사까지 한 아내에게 감사한다.

제2부 - '비를 기다리는 마음'

20153, 겨우내 추웠던 몸과 마음을 깨울 봄이 다가온다. 하지만 이 곳에 겨울은 없다. 여름, 한여름, 그럭저럭 여름 정도. 단지 한국의 겨울엔 이 곳에 비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리 만치 오늘 비가 온다. 11일 새해가 밝을 때 조용한 비가 온 뒤에 2달만인 31일 두 번째 비가 내린다. 언제부턴가 마음속으로 비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게 너무 건조해서, 더워서가 아니라 세상을 촉촉히 적시는 느낌을 받아 본지가 너무 오래여서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뛰어들고 싶은 상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 있을 것인데 혹자에겐 복귀날짜가, 가족을 만날 날짜가, 월급날짜가, 생일이, 오늘 저녁식사 시간이 아니면 내일 아침 새로운 태양처럼 각각 크고 작은 그리고 길고 짧은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나는 누구에게 기다리게 만들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같이 일했던 부서의 팀 동료, 내 아내, 친구들, 가족들에게 너 나은 사람이 되어서 돌아가겠다는 다짐에 오늘도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나에게 비를 기다리는 마음그렇게 간절해져 간다.

낯선 곳에서 배우는  삶을 맞이하는 자세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자신의 나이에 책임질 나이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머릿속 한 켠엔 어수룩한 생각들이 가득하다. 하고 있는 일에 열심히 매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얼마나 먼 미래를 생각하고 살아왔을지, 문득 낯선 곳인 이곳에서 신에게 경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내가 살아온 삶을 되새기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에 잠겨본다. 자신이 믿는 만큼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신성한 곳을 찾아 경배하는 사람들에게도 분명 걱정이 있겠지만 그 걱정들이 내 삶을 좌지우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사에 눈치보고 남과 비교하는 삶에 벗어나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신에게 경배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축복도 크게 느껴질 것이니, 이들에게 삶을 사는 자세를 배운다. 단지 잘 배우지 못했다고, 금전적인 여유가 조금 없다고 해서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마음의 평화와 안식, 조그만 것에 감사하는 여유, 긍정적인 태도들은 앞으로의 내 남은 삶을 편안하고 윤택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도 이들과 같이 신에게 경배를 올린다.

제3부 - 'I was, I am, I will'

내가 이 곳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상황, 경험, 사람들을 겪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군대 가기 전에 대학교에서 전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때, 설문조사의 참여율을 높이고자 참여자중 몇 명 추첨하여 금강산 여행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 때, 친구들 중 나만 덜컥 당첨되어서 교내 사이트에 게시되었는데 나는 그 공짜 금강산 여행을 포기했다. 아마도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이 홀로 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낯선 나라에 와서 혼자 1년동안 살고 있다. 군대를 다녀와서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고 사회경험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새로운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문득 이 곳에 와서 깨달았다. 처음 인도에 홀로 출장 와서 느꼈던 새로움, 그리고 인도에서 모든 것이 새로운 삶을 살았던 1,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 두렵고 스트레스만 받았다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어떻게 하면 시간을 소중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한다. ‘시간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자본금이거늘, 나의 시간은 누가 보상해주지 않는다. 내가 쓰는 만큼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어디에 있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내려 노력한다. 38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슬리퍼를 신고 저 높은 왕궁의 언덕에 올라 탁 트인 하늘을 감상하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언젠가 오르다 보면 그 곳에 도달할 수 있음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잠들지 않는 낙타처럼

사막에 사는 낙타는 하루에 자는 시간이 몇 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낙타를 보면 자고 있는 건지 아님 깨어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졸린 눈과 순수한 얼굴을 지니고 있음에 뜨겁고 메마른 땅에 사는 낙타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사막에서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된 것을 보면 낙타도 자기 삶에 대해서 불만은 없는 듯 하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석양이 사막의 모래를 차갑게 식히고 열심히 누군가를 태우고 걸어온 낙타도 쪼그려 앉아 쉬어간다. 석양이 깊어지고 밤이 찾아와도 잠들지 않는 낙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하루 24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떠올려 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아님에 항상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있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할 일은 많은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오늘 따라 잠들지 않는 낙타처럼 가만히 하루를 마감하고 싶어진다. 어떤 복잡한 생각이 있어서 잠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멍하니 하루를 보냄에 단순해진다. 그리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 열심히 달린다.

해가 지는 것은, 해가 떠오르기 위함이라는 것

저 멀리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본다. 오늘 인도에서의 하루도 바쁘게 지나가고 다시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찾아옴에 시간이 흘러감을 느낀다. 어느덧 36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려 한다. 그 위치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 수 없지만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1년 전, 내가 계획했던 나를 돌아보고, 나를 바꾸자는 얼마나 성공했을까, 새로운 태양이 떠오름에 오늘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후회 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내 안에 울림 그대로 살아볼 것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뱅갈루루의 하루는 영화 속 엔딩처럼 끝이 났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임에 주어졌던 1년에 감사하고 수 많은 경험을 해줄 수 있게 함에 감사하며 인도에서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약속 할 수 없지만 인도에서 또 다른 지역에서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며 더욱 나은 모습으로 만나길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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