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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요기, 인도에 쉼표를 찍었습니다

캡틴테크 2022. 5. 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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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 떠날 용기를 얻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가장 평범한 이유는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이나 '추억 만들기' 일 것이다. 하루 24시간 편히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진정한 자신은 어디 있는지 고민했던 순간 들이 떠오른다. 표현하진 않지만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무력함이 엄습해 올 때 나는 잠시 인도로 오게 되었다. 오기 전에 아내에게 받았던 선물이 있다. 결혼한지 6개월이 채 못 된 남편을 멀리 보내면서도 나를 위해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선물해준 '요기(Yogi), 인도에 쉼표를  찍었습니다'라는 책이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저자가 인도로 떠나 아쉬람(수행자들이 사는 공동체)에 머물면서 요가와 명상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어쩌면 나에게도 '떠나 보라'라는 운명 같은 메시지를 주었던 책이다. 바로 그 순간부터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꿈꿔왔는지도 모른다

요기, 인도에 쉼표를 찍었습니다(이헌희 著)

인도에 와서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나는 ‘일탈’과 ‘추억’이 아닌 ‘배움’을 얻고자 했다. 그래서 때론 원치 않게 일이 흘러갈 때, 기다림에 지칠 때도 낙천적으로 대하며 그 속에서 배움을 얻곤 했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게 당연한, 아니 나를 드러내야 영위할 수 있었던 인도에서의 삶, 그리고 수 많은 굶주린 아이들을 지나칠 때의 가슴 저림이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깨끗하지 않아도 될 존재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때를 타고 냄새를 풍기고 또 상처를 입게 마련이니까, 우리는 끊임없이 씻고 또 씻어내야만 한다.’ – 158p

'씻어낸다’는 의미는 ‘비운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제 내 안의 상처를 씻어내고 나에게만 집중하며 삶의 진리를 찾고자 이 곳, 아쉬람으로 떠나려고 한다.

1장 - 아쉬람 속으로


#웰컴 투 인디아 – 아쉬람으로 걸어 들어가다.

아쉬람에서의 합숙은 일정과 과정이 있기에 들어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수련을 받겠다고 신청을 하고, 확답이 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직접 수소문해서 찾은 리시케쉬의 ‘HIMALAYAN YOG ASHRAM’은 일주일 이상의 합숙을 원칙으로 하며, 요가와 명상 수업은 동이 틀 때와 해가 질 때 이루어진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마음과 몸을 열고 닫는다. 해가 뜨고 지는 것,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 요가와 명상은 바로 이런 자연의 모습을 닮았다.

Himalayan Yog Ashram

#시작 –  첫날, 첫 생활, 첫 마음

 요가를 처음 접한 것은  인도오면서부터다. 요가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건강을 위한 운동이자 인도 고유의문화를 배울 수 있기에 일주일에 2번씩 요가 수업을 3개월 동안 꾸준히 받아왔다. 따라서 이 곳 아쉬람에서의 생활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요가를 넘어 호흡, 음식, 명상에 관한 모든 것이기에 좀 더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아쉬람에 오기 전 주변 사람들이 말하길 가면 지루하고, 배고프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람은 ‘요가 수행’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요가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재미없는 운동에 불과할 것이기에. 이제 막, 아쉬람의 대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8박 9일 동안 나를 되돌아보고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볼 것을 다짐한다.

아쉬람에서 마물렀던 나의 방

#룰 오브 아쉬람 – 아쉬람의 수칙, 내 삶의 법칙

아쉬람은 본래 힌두교에서 영적 수행자들이 함께 기거하면서 수련을 하는 곳으로 지금은 종교, 국적,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작은 공동체이자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와 있는 이 곳 아쉬람에서도 왠지 항상 조용하게 다녀야 할 것 같고 행동에 주의를 하며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무언의 압박이 밀려온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Pranayama(일종의 호흡 방법)와 한 시간의 명상수업이 진행되며 다시 7시 15분부터 90분 동안 요가 수업이 진행되었다.

오전 9시에 아침을 먹고 오후 1시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점심시간은 오후 1시이며 자유시간 후 저녁 먹기 전 Guru(teacher or master)로부터 짧은 일과 정리 및 Satsang(설교)과 함께 1시간의 명상을 하게 된다. 식단은 모두 야채로 이루어진 음식이며 아침에 깨우는 사람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온전히 나의 힘으로 일정표를 준수하는 게 이곳에서의 법칙이다. 해가 뜨기 전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하면 어느 새 해가 떠 있고, 해가 지기 전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하면 해가지는 걸 느끼며, 아쉬람에서의 하루는 지나간다.

#아쉬람 메이트 – 헬로, 스트레인저

머물고 있는 아쉬람은 장마철인 날씨 덕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나와 같은 외국인이 주로 머물다 보니 먼저 와있는 사람들에겐 나는 낯선 사람일지 모르지만, ‘헬로’ 인사를 하며 다가가면 어느새 친해진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이곳 아쉬람에 온 사람들끼리는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믿음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쉬람에 만난 영국에서온 Nick과 Kerry
스리랑카에서 온 스님

내가 아쉬람에 머무는 기간 동안에 스리랑카에서 리시케쉬 위에 자리 잡은 히말라야 4대 성지 중 하나인 ‘바드리나트’에수행하러 오신 스님께서도 머물고 계셨다.  첫인상과 달리 스님답지 않은 유쾌함에 놀라면서도 명상의 중요성과 채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스님이다. 아쉬람에서 만난 사람들과 요가와 명상, 식사 때 항상 같이하기에 더 이상 나는 ‘스트레인저’가 아닌 ‘프렌드’ 가 되어 가고 있었다.

#8월의 몬순 –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다

8월은 몬순의 2/3 지점에 해당한다. 이 곳, 리시케쉬는 갠지스강을 흐르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몬순 때 강이 범람하기도 한다. 아쉬람에서 머무는 기간 중 비가 왔던 날은 9일 중 6일, 그 덕에 초반 이틀 더웠던 날씨를 뒤로 하고 자유시간에 테라스에 앉아 자연음악인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으며 시원한 바람에 감사했다.

맑은 날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쉬람 주변
짙은 비가 계속되는 날바라본 아쉬람 주변
비와 비 사이 잠시 비친햇빛 덕에 모습을 드러낸 무지개
#아쉬람의 달 – 아름다운 낮과 밤

아쉬람에서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찍 일어나 명상과 요가를 하고 채식을 하며 독서와 함께 자연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더럽혀진 몸과 마음의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조그마한 것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나는 지금 아름다운 낮과 밤을 만끽하고 있다.

2장 – 새로운 요가

#요가란 무엇인가? – 요가 너머의 요가

‘요가’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결국 몸과 마음의 일치, 자연과 나와의 일치를 향한 수행이라고 한다면 답이 될 것 같다. ‘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가로 살아보는’ 것을 위해 나는 이 곳에 왔고 요가 너머인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있다. 요가는 동작이나 기교가 아닌 호흡, 호흡을 알고, 호흡을 다루며, 그 호흡 속에서 요가를 하고 제대로 살아가야 한다.

‘매일의 식사, 매일의 명상 수업, 요가 그리고 아쉬람 라이프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렇게 침묵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침묵은 결코  ‘지루하다’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217p

아쉬람에서 추구하는 삶은 조금 덜 소유하고 훨씬 더 많이 경험하는 삶이다. 자신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삶을 향유하는 법을 배운다.

#요기 푸드 – 음식을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새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5분 만에 먹어치우는, 음식의 맛을 느끼는 시간은 단 몇 초에 지나지 않는다. 아쉬람에서는 온전한 채식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먹게 되는데 천천히 그리고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식사를 한다. 야채로만 이루어진 식사가 이렇게 맛있는지 아쉬람에서 나를 일깨워 주었는데 비록 약간의 배고픔은 느낄 수 있지만 음식의 감사함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건 아쉬람에서 얻은 또 하나의 작은 삶의 진리이다.

아쉬람에서의 아침
아쉬람에서의 점심
아쉬람에서의 저녁

#숨 쉬는 요가 – 제대로 산다는 건, 제대로 숨 쉰다는 것

‘들이 쉬고, 내 쉬고’, 학창시절, 국민체조를 하면서 숨 쉬기 운동을 한 뒤로, 숨 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숨 쉬는 방법에 따라 자신의  몸속에 들어오는 산소가 많게는 2 배가 차이 나고 이는 몸 안의 혈액과 세포조직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여 이산화탄소와 독소를 배출시키고 피를 정화한다. 임산부가 애를 낳을 때도 ‘들이 쉬고, 내 쉬고’를 길게 길게 가져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요가에서 말하는 호흡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흡과는 다르다. ‘Prayanama’로 불리며 더 많은 산소 공급할 뿐 아니라, 심장 순환기능과 호흡기 계통을 향상시키고 신경과 정신을 고요히 하며 집중력이 강화되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긴장을 감소시킨다. 하는 방법은 적절한 좌법을 택해서 앉은 후 오른 손을 가볍게 주먹 쥐고 엄지와 약지, 새끼 손가락을 편다. 약지와 새끼 손가락은 왼 코에 댄다. 마치 빨래집게로 코를 집은 것처럼, 왼 코로 숨을 들이마신 후 오른 코로 내쉰다. 그런 다음 오른 코로 숨을 마신 후 왼 코로 내쉰다.

처음에 할 때는 어색하지만 조금씩 정신의 안정이 되고 산소가  몸속으로 깊이 퍼짐을 느낀다. 제대로 산다는 건, 제대로 숨 쉴 때 느낄 수 있다는 걸 이 곳, 아쉬람에서 느낀다.

#클렌징 – 다른 방향으로 향하다

마음의 정화와 함께 몸 안의 정화를 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해진 방향으로만 왔는지도 모른다. 물을 마실 때 입에서 장으로, 그리고 코의 왼 쪽 코, 오른 쪽 코로 서로 통한적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쌓이는 나쁜 물질들을 정화하는 날이다.

왼 쪽 코에서 오른 쪽 코로 길이 있다는 것, 작은 진리지만 그 길을 가본적 없어 몰랐고 그걸 알게 된 지금 감사하다.

3장 – 나를 만나다


#아쉬람 홀리데이 – 작은 지구를 찾아서

아쉬람에 있었던 동안 아쉬람 외부로 잘 나가지 않았다.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었고, 아쉬람에 머물면서 온전한 나의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기도 했었는데, 아쉬람의 일요일에 요가와 명상 수업이 없는 틈을 타 마을을 구경하기로 한다. 30여분을 내려갔는데 잠시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작은 공간에 서있노라니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 외국인들 그리고 가축들도 같이 비를 피한다.

비를 피하기 위해 모여든사람들, 가축

내리는 비에 몸을 맡기고 씻어도 될 정도로 깨끗한 비가 내린다. 며칠 간 이어진 비로 이미 하늘은 깨끗한 상태다. 이 비를 맞으며 잠시 멈춘 이 곳은 다른 언어, 다른 인종, 동물들이 함께 있는 작은 지구다. 마냥 기다림이 즐거워진다.

#만트라 – 나의 노래를 찾아서

‘Om Aim HRim Klim ChamundayeVicheche’

 명상시간 내내 마음속으로 되 뇌었던 만트라이다. Mantra는 산스크리트어로 man은 ‘mind’ tra는 ‘freeling’을뜻하며 마음의 자유를 추구하는 의미로 그것을 묵상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죄를 씻어준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명상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되 내이며 정신집중을 하니 나에게는 신비한 주문과도 같았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만트라의 의미를 이해하고 반복함으로써 소리에 마음을 일치시키려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깨끗한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전해졌다면 나의 마음과 몸에 신선한 기운이 불어넣어졌을 것이다.

만트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요가, 명상 지도 선생님 Teju

#집중하는 삶 – 명상은 힘이 세다

명상하는 공간은 엄숙한 정숙이 요구된다. 우리의 몸은 정신을 통해 지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중요하다. 해가 뜨기 전과, 지기 전 이 곳에 정자세로 앉아 만트라를 되뇐다.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을  단순화시키는 명상은 요가의 ‘머리서기(헤드 스탠드)’ 포즈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명상하는 공간
인도 최고의신 시바와 함께한

#아쉬람 예찬 – 아쉬람에서 인생을 배우다.

‘내가 배운 것은 인도나 요가가 아니다. 그저 한 가지,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329p

9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쉬람에 머물면서 요가를 배우고 수행을 했지만 그것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닌 이곳 아쉬람-생활도 불편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에서의 불편함에 때론 불만도 터뜨리겠지만, ‘만트라’를 외치며 가장 자연스러운 삶과 만나고 익히는 생활에 인생을 배웠다. 내가 살아 온, 살아갈 인생의 날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미처 헤아려보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아온 내가 이제는 요가와 명상을 하고 얻은 ‘쉼표’ 하나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아쉬람을 떠나면서 그들과 주고받은 소박한 마지막 인사로 요기(Yogi), 인도에 쉼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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