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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하면서 덕목 중의 하나가 '빠른 의사 결정' 이다. 다만, 이런 결정에는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따르기 때문에 사실 결정하는 일은 그만한 판단의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하는데 특히 사업을 처음해본 분이라면 어떤 결정할 때의 감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흔히들 경험에 의한 결정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겪은 그 경험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그 결정에 다다르는 과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우유부단 vs 섣부른 판단

 

과연 어떤 쪽이 결정하는 사람에게 그나마 나은 선택지일까? 나 역시 둘다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택하라면 이 판단이 행해지는 판이 어떤 판인지에 기반해서 할 것 같다. 대기업, 중견기업은 우유부단이 나은 반면 스타트업은 섣부른 판단이 그래도 낫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럴까?

우유부단과 싣부른 판단 중 선택해야하는 밸런스 게임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을 우유부단하고 말하는데 이런 사람은 회사일 뿐 만 아니라 메뉴를 정할 때도 같은 맥락으로 뇌가 동작 한다. 오늘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쫗아가다보면 이걸 먹어도 되고, 저걸 먹어도 되기 때문이며 같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이 내가 이걸 선택했을 때 좋아할까? 안좋아할까? 이런 조건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점심시간이 지나고 옷을 챙겨입고 차에 시동을 걸고 그때서야, '어디로 갈까요?' 이렇게 물어본다. 제 지인의 대표는 항상 점심 메뉴를 '부대찌개'를 선택한다고 한다. 정말 밸런스 게임 같더. 매 점심마다 '부대찌개' 냐, '어디로 갈까요?' 라고 묻는 사람 중 어디에 조인 할것인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재정이 그래도 스타트업에 비해서 나은편이다. 그러다보니 사내 유보금도 있을 것이고,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당장 돈이 될 것, 몇 년 후에 돈이 될 것을 위한 연구 등을 나눠서 진행하곤 하는데 매년 삼성이나 다른 대기업에서 올해 반도체에 몇 조를 투자했네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서 덜 했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듯이, 투자의 개념으로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집행하는 힘이 있다. 그 이유는 반도체의 설비 투자를 열외로 제외하고라도 실패할 수 있는 연구일지라도 최종의 목표는 회사가 돈을 벌 수 있게 할 수 있는 어떠한 결정을 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어떨까? 매달 돈이 없다. 직원들 월급도 올려줘야하고 당장 마켓팅 비도 별로 없다. 그 와중에 어떤 선택을 위한 과정을 위한 추가적인 돈을 지출 할수 있을까? 지출 할 수 있어도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을까?

꼭 돈을 집행해야 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논하였다면 그 시간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인데 꼭 필요한 논의는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논의해도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은, 빠르게 끊어내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타트업은 시간과, 돈이 항상 부족하니까.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의 연속

여러분도 어떠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을때 경험에 의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적이 있을텐데 그래서 스타트업을 하면서는 굳이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트랜드를 찾아보고 여러 사람들 특히, 내가 보통 만나지 않는 세대 간의 사람들도 만나고 소통하면서 경험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 또다른 경험으로 생산해내야한다. AI 기술이 보편화되가는 지금 또하나의 트랜드가 ChatGPT인데 AI 딥러닝을 파고있던 회사라면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듯 새것을 익히려고 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그 기술을 비단, 우리 사업에 적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마켓팅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돈 많이 쓰면 된다고 하지만, 요즘 세상에 과연 돈만이 전부 일까? 내가 서비스하고 세상에 내놓은 것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은 굉장히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 중에서 보편적인 방법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보편적으로 돈이 들어가고 보편적으로 결과가 나온다. 사실 보편적인 방법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판단을 해야하는데 그 판단을 하기에는 쉽지않다. 정말이지 난공불락이 아닐 수가 없는데 매번 이런상황이 연속해서 다가오는 스타트업은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들에 따라 때론 실패할 수 도 있지만 다시 일어서야 하고, 작은 성공이라 할지라도 다음에 그대로 해도 실패할 수 있기에 겸허하게 성공을 축하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한다.

요즘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철회를 하고, 시드 투자,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던 회사가 하나둘 무너지는 것에 이어서,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던 회사도 하나 둘 휘청이기 시작한다. 투자자들한테 초반 극찬을 받기도 했던 그린랩스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집 근처에 그린랩스 본사 사무실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본적이 있다. 1층에는 고급진 빵집이 있어서 가끔 먹기도 했었는데 현재는 야심차게 추진하던 서비스의 확산을 위해 중간 버퍼를 감당해냈던 그린랩스가 점점 그 버퍼를 감당할 힘이 떨어져서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많이 들리고 구조조정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투자를 안할 수 없기에 실력있는 개발자나 영업, 운영 인력들을 충원했지만 그에 맞게 수익은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래도 시리즈 B 까지 간 회사인지라 자구책을 마련해서 다시 돌파하리라 생각한다. 그 분들도 지금 조금 어렵게 된 상황이 되기 전까지 작은 결정들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었을 텐데, 조금은 실패한 측면이 경제위기와 맞물려서 더 크게 결과가 왔을 수도 있다.

맺고 끊음의 결심

어떤 결정을 할때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한다고 위에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경험했던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하며 작은 실패를 하더라도 만회하고, 작은 성공을 하더라도 겸허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맺고 끊음에 대한 결심을 알아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게 아까워서 피봇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 큰 불행을 나을 뿐이다. 물론 한 길을 쭉 파다보면 그 트렌드가 다시올 수도 있고 조금 빠른 기술을 상업화 했다면 그 가치가 조만간 인정받는 시대가 올 수 도 있지만 버틸 힘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버틸 힘이 없다면 과감하게 접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나역시도 스타트업을 그만한다고 완전히 마음먹고 나선 정리하는 작업에 몰두 했다. 3년 이상 열정을 쏟아온 비즈니스이고 기술이지만 그것이 내가 더 버텨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그 결심이 섰을때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맺고 끊음이 있는 것이고 그러기에 누군가 끊어주기를 바라지말고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서 마지막을 맞아야할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지만 그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때쯤 아름다운 이별조차도 행해질 수 없을 것이다. 사업의 규모가 크고 작든, 나와의 인연이 깊든 얕든. 내가 세운 기준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르는 것이 스타트업을 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갚진 교훈을 얻었다. 과연 이런 교훈은 다실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랭이가 찢어질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 가랭이가 찢어져서 황새를 쫗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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